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통한 지역 한계 증명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통한 지역 한계 증명
Artist 2창수
2013년 9월 11일부터 10월 20일까지 청주 옛 연초제조창에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현재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옛 청주연초제조창은 1946년에 설립된 공장으로 2004년 KT&G의 연초 제조 공장이 타 지역으로 이전되면서 남겨진 폐 공장 이었다. 그간 너무 거대한 크기로 공간 활용에 어려움을 느끼며 청주시에서 방치했던 곳이다. 이러한 폐 공장에서 공예비엔날레가 열린다. 이전 2011년 비엔날레에서도 이 장소를 사용하였으며 그 당시 공간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음을 상기할 때 이번 비엔날레는 이미 절반의 안정적 토대위에서 비엔날레가 개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세계2차 대전 이후 대규모 군수공장, 2차 산업 이후로 노동 산업에 큰 변화가 생겼다. 산업의 발전에 따라 필요 노동의 방법과 산업의 변화로 거대 공장들이 개발도상국으로 이전 하게 되고 남은 공장은 폐공장화가 진행되었다. 이러한 유휴공간이 각 도시별, 국가별 문제로 작용되었다. 그러한 문제 중 청주가 처한 문제는 연초제조창이었고 8만4000㎡의 거대한 공간은 현재 공터로 남았었다.
과거 일제 강점기 한국의 주요 산업은 단순한 광물자원이나 농업에 의존하던 산업이었다. 한국 근대 산업은 개방과 전쟁 이 후 외국 원조 물자의 경이로움에서 산업화 방향이 정해졌다. 가난은 농사를 짓던 사람들을 도시로 움직이게 하였고 그렇게 움직인 사람들이 공장 일자리를 채웠다. 그렇게 도시는 생존을 위한 무분별한 공장을 설립하였고 도시는 점차 팽창해갔다. 50여년이 지난 오늘날 도시는 단순 조립을 생산하는 공장은 값싼 노동력의 도시, 국가로 이전되고 대도시 도심지 내에 있는 공장들은 공터로 남았다. 이러한 유휴공간을 활용한 도시 재배치가 해외에서 부터 나름 의미 있는 발전을 보이고 있었다. 일본의 구리제련소로 인해 수질과 대기 오염으로 버려졌던 나오시마섬을 출판기업인 베네세와 안도 다다오건축가의 예술프로젝트를 통해 섬에 새로운 산업을 제공한 것과 영국의 화력 발전소를 개조하여 만든 데이트모던 현대미술관, 중국 북경의 무기 공장이었던 798예술구 등이 있다. 이러한 공간 활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청주시는 이곳을 문화예술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비엔날레 행사장 건물에 들어서기 이전 낡은 벽면에 펄럭이는 다양한 색천을 볼 수 있는데 ‘조각보 프로젝트’라 불리우는 작품으로 지역 주민과 연계 하여 제작한 시민 소통 프로그램이다. 지역에서 수거한 폐 현수막, 색 천을 조각조각 이어붙여 1.6m 정사각형을 만든 후 건물 외벽을 감싼 것이다. 그동안 지역 행사가 시민들과의 무관함을 극복하고자 시행한 것으로 매번 반복되어오던 시민 동원형 프로그램이다. 재활용의 방향에 무게를 두고 천조각 재활용과 건물 재활용이라는 측면을 강조하려 한 것이다.
2013년 국제공예비엔날레는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something old & something new)이 주제이다. 그간 공예는 인류 문명사에서 문화에 대한 예술적 증거품으로 기록되어졌다. 이러한 공예의 관점을 과거기록물로 치우치게 되었는데 이번 공예비엔날에서는 공예의 가치를 현재 삶속에 자리한 공예품으로 조명하고자 하였다. 공예품은 쓰임을 위한 물건이기에 과거의 모습을 가지고는 있지만 현실에 맞게 계속해서 변화되어왔다는 것을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려 하였다. 과거 공예는 지나치게 쓰임을 강조한 것을 넘어서는, 공예의 가치를 좀 더 정신적 이거나 삶의 미적 영역에 영향을 끼친다 라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이다. 미의 가치를 순수미술처럼 사회적이거나 개인적인 특수 성향으로 해석이 어려운 공예는 일반적으로는 장식이 중심이되는 심미관으로 대중에게 어필해왔다. 그러한 관점을 극복하려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독특한 방식으로 감독을 선임하였고 기획전을 운영하였다. 이전 행사와 달리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총 감독이 없는 행사이다. 운영을 제외한 기획전1, 2에 대한 각각의 감독이 있으며 공모전, 초대국가, 교육학술팀에 각각의 담당자(팀장)를 배치한 것이다. 주요 전시인 기획전1 과 기획전2의 전시에만 예술감독 지위하에 진행이 되었는데 박남희, 가네코겐지 감독이었다. 그로인해 이번 비엔날레는 전반적인 전시 방향이 다양하여 지루하지 않은 전시를 볼 수 있었다. 그러한 장점은 또 다른 약점으로 지적이 가능하겠지만 일반적인 공예 자체에서 오는 지루함을 극복시키는 훌륭한 시도가 되었다고 본다. 관점의 다변화는 작품에도 있지만 공간을 읽어내는 작가들에 의해 더욱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기획전1-<운명적 만남 - Mother & Child>은 관계와 개입 상황을 통한 공예 진화를 다루고있다. 다소 부담스러운 “공예의 조형적인 가치가 극대화된 작품들을 통해 ‘탁월함 meisterschaft’의 예술성과 차이 공존의 시대 정신을 조명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작품으로써 그리 마음에 와 닫지는 않았다. 어떠한 예술성으로 시대의 정신을 조명했다고 생각나는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형적으로는 뛰어난 완성도와 조형성을 보여주었다. 조형과 사회는 분명 다른 것이지만 억지로 조형과 시대 정신을 결합 시켰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공예 작가들은 기존 공예의 모습이 아닌 설치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거대한 공장의 투박함과 곳곳에 남겨져있는 공장 가동의 흔적들이 작품과 함께 전시가 되어서 더욱 재미있는 작품들로 변화되었다. Aude Franjou의 작품<Untitled>은 섬유로 꼬아만든 매듭 덩어리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설치해놓았다. 뒤엉킨 섬유 다발은 상상에 따라 나무뿌리나 과거 생명을 지탱하던 줄기 등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이러한 무 정형의 섬유 덩어리가 공장의 오염된 벽면에 설치되었다. 작품으로써의 당위성을 주장하고는 있었지만 작품의 당위성 보다는 공간과의 조화를 추구했고 관람객 또한 그것에 더 즐거움을 느낀 것이다.
전시1의 테마는 상호간 차이에 대한 존중‘함께살다(Care)’, 존재와 생존을 위한 다툼'다투다(Survive)', 갈등의 극복'넘어서다(Sublime)'로 구성이 되었다. 각기 개성이 강한 작품들을 몇가지 단어로 묶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우나 전시의 전반적인 개념의 설명으로 하기위해 사용되었으나 오히려 더 혼란스러운 감정을 주었다. 이러한 혼란은 도자작가의 한계를 넘고자 한다는 신상호 작가 작품에서도 많은 부분 보여 주었다. 함께 산다는 의미를 단순한 탑 형식의 거대한 도자기(명상 2013)와 불상 형식의 도판(참조의 뜻 2013)을 통해 보여 주는 것인가? 재료를 통한 재활용적 부산물의 결합이나 아프리카적인 원초적 조형성의 나열로 공예의 가치를 시대정신과 결합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케이트 맥과이어 Kate Mccgwire의 작품(방출 2013)은 그러한 물음에 적절한 답으로 생각되었다. 새 깃털로 만든 그녀 작품은 표피에 집착을 하는 상황을 표현한 것으로 보여졌는데 건물 내부 환기통을 이용한 사물 배치가 인상적이었다. 과거 그녀는 사람 몸의 털이나 새 깃털 등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피부 반응은 내부적인 요소보다는 외부 요소에 대한 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외부적 반응의 강렬함을 통한 또 다른 타자에게 내부적 반응을 준다는 상황의 설정이다. 그간 공터에서 살고 있던 지역 비둘기를 위한 배려의 작품이 될 수도 있으며 계속해서 떠밀려가는 생태의 상황에 대한 변화에 대한 제시이기도 하다.
그러한 좋은 상황을 이어가지 못하고 색션2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작가들과 작품들 그리고 해주백자 컬렉션은 초입에서 느껴지던 긴장감을 상당부분 감퇴시켰다. 그래도 색션3의 넘어서다에 와서는 다시금 전시를 무게감으로 잡아주기는 하였지만 작가별 작품의 주장과 감독의 기획의도와 거리감을 극복시키지는 못했다.
초대국가관에는 독일 현대 공예에 대한 전시를 진행하였다. 현재 독일의 공예품을 보여주려는 자리로 마련된 것이다. 대가 작품들로 비엔날레의 의미로 접근한 것이 아닌 각자 보따리에 싸고 들어온 것과 같은 작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독일공예협회의 공모를 통한 선정된 작가의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한다. 초대 국가관의 공예에 대한 관점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으며 개개인 조형원리에 충실한 공예품들이었다. 초대국가의 문화적 이해나 독일 공예에 대한 의미의 전달이 아쉬웠다. 더군다나 창문을 통한 채광이 좋지 않아 작품에 대한 집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기획전2-‘「용도」로서의 구조와 발전, 그리고 전개 -현대공예에 있어서 「용도」와 표현’ 에서는 일본의 가네코 겐지金子賢治 감독이었다. 오랜 도자기 박물관장을 역임한 감독답게 도자기 중심의 전시로 채워져 있었다. 일본 현대 도자기 특색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타이완 출신의 영국인 춘 리아오Chun Liao의 작은 소품과 하시모토 마사유키의 거대한 작품의 대비를 통한 도자기의 다양함을 보여주었다. 기획전 1은 공예의 미래 지향점에 대한 시도였다면 기획전2는 공예의 쓰임을 강조한 현재의 방향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쓰임과는 다소 다른 섬유의 작품들은 일본 특유의 정리된 경직성을 보였다. 공예비엔날레라는 형식의 미술행사를 현실에 대한 보고의 형태로 가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행사를 통해 미래 공예에 대한 의미 있는 실험의 장이 비엔날레가 가야할 방향으로 보인다.
그러한 노력을 하기위해 이번 행사에는 늘 하던 것이지만 새로운 시도도 있었다. 공예가 협회 공간 마련, 지역 전통공예작가 공방, 청주국제아트페어 등이 있다. 마치 한편의 신파극을 보는 듯한 충북전통공예작가 워크숍은 암울한 지역 공예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인간문화재, 전통공예가의 전통에 근거한 전승적인 작품은 보는 사람들에게 관심도 못 끌뿐더러 작가와 구경꾼이 1대1로 만나니 구경하는 사람이 부끄러운 지경이었다. 무형문화재 5인(궁시장, 악기장, 가구장, 사기장, 한지장)이 있었고 전통 붓 만드는 장인이 있었다. 총 6인의 장인이 있었지만 관람객 관심은 눈으로 쓱 보는 그런 관심정도였다. 더 불행한 것은 앞으로도 더 많은 관심을 끌기에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다른 부스 작품에 대한 전시 컨셉, 전시지원과 달리 이곳에서는 아무런 기획도 없다는 것이 느껴졌다. 지역 전시를 한다고 해서 어찌어찌 지역 할당을 통해 지역 공예를 살릴 수 있을 것 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참여한 작가 말고는 어느 누구도 기대 할 수 없다. 세련된 기획 모습과 대비되는 전통 공예를 보며 무형문화재등재를 인생 목표로 일 하는 장인들의 모습을 통해 전승만이 가능한 정책과 전통을 말려 죽이는 현대 공예 정책의 잔인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보다 더한 것은 공예전 들러리를 서고 있는 지역순수예술작가들의 아트페어인데 예술의 높낮이는 없지만 장식 미술을 위한 순수미술의 장식화는 정상적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순수미술 장식화에 흥행을 위한 하정우, 조영남, 최민수, 남궁옥분, 김완선등 20여명의 연예인 작품들이 함께하였다. 지역 참여 작가들을 초라하게 만들던 배우 작가들은 수익금 전액을 문화 복지 사업에 기부한다고 한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통해 청주, 충북지역의 참담한 미술과 공예 환경을 보여주었으며 앞으로 더 나은 환경 조성도 어려울 것이라는 미래도 제시해 주었다. 기초 환경 조성이 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기획전을 만들어도 40여 일 간만 지역 미술이 발전하고 2년 후 다시 원점으로 되어있을 것이다. 8회째가 되는 국제비엔날레가 그간 600여 억 원의 돈을 쏟아 부으면서도 예산 지원 없이는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