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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나라 청년 -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2창수맨 2015. 10. 12. 21:05

희망의 나라 청년 -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그림 : Jean-Léon Gérôme, Pygmalion and Galatea, 1890,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Artist 2창수

 

세상일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오랜 먼지가 나는 것처럼 묵은, 긍정의 문구다. 특히 요즘처럼 살기 좋은 나라가 있다고 무작정 믿고 한국을 떠나 새로운 나라를 찾아가는 청년이나,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모두에게 희망의 글이다. 이러한 글귀처럼 긍정과 희망을 보여준 그림이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이다. 이 그림은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1890년의 작품으로 그리스 신화나 역사를 잘 표현하던 장 레온 제롬(Jean-Léon Gérôme,1824~1904)의 작품이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화가겠지만 그의 그림은 가끔 화보집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적어도 나에게 그의 이름은 여전히 생소하며 외우기엔 쉬운 이름은 아니다.

 

하얀 피부의 아름다운 여인과 별로 멋질 것 같지 않은 남성과의 키스장면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함이 있다. 일단 키스신의 높낮이가 맞지 않아서 남자는 까치발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고 여성은 몸을 옆으로 불편하게 구부려야 하는 는 자세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강렬한 구애를 펼치고 있음이 증명된다. 조각가의 작업실로 보이는 투박한 공간에 대리석과 같은 하얀 여인의 실체는 조각상이다. 발은 아직 조각상을 완성하지 못한 듯 하얀 대리석 파편의 느낌 그대로 이다. 그러나 상체로 올라 갈수록 사람 피부색을 가지고 있으며 따뜻한 체온이 가능할 것이라는 착각도 느껴진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 이야기는 재미있는 소재 덕분에 많은 화가들의 그림으로 재생되었다. 조각상에 입을 맞추는 남자는 키프로스의 조각가이자 왕인 피그말리온이다. 그는 독특한 긍정의 힘으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한다. 여느 여자를 멀리하고 자신이 만든 조각을 사랑하던 피그말리온은 미의여신 아프로디테에게 소원을 빈다. 간절한 그의 소원은 신을 감동시켰으며 이로 인해 조각상 갈라테이아는 생명을 얻게 되고 피그말리온과 결혼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스 신화의 이 이야기는 1968년 로젠탈(Rosenthal, Robert)과 제이콥슨(Jacobson, Lenore)에 의한 실험으로 긍정의 심리효과가 증명 되었다. 무작위로 선정된 평범한 학생들에게 자신의 지능을 높게 생각하도록 믿게 만들고 8개월이 지난 후 다시 그들의 지능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다. 8개월 후에 그들은 보통 학생들보다 우수한 성적과 지능을 나타내는 결과를 만들게 되었다. 타인이 거는 기대효과가 스스로에 영향을 미쳐 우수한 사람으로 변화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학생들이 변화되는 과정에는 타인이 바라보는 관점이 등장한다. 타인의 시선이 학생들을 훌륭하다는 인식을 갖는 것처럼 위장을 하면 학생들은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노력을 한다. 사람 간 사이에서 관심 없는 것처럼 상대를 무시하는 것이 없다. 독자적, 개인주의적 삶이 계속되는 현실에서는 나에 대한 필요성을 스스로 찾지 못하면 남이 나에게 주는 관심을 기대하기 어렵다. 긍정의 심리효과는 결국 상대와 나와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희망은 무생물인 조각상에도 생명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는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긍정의 대표적 이야기로 변화되고, 확대되고, 연구되었다. 희망을 찾아 북한에서는 남한으로 내려오고 남한에서는 외국으로 떠나는 현상을 보면서 어떠한 희망을 추구하는 한국사회가 되고 있는지 늘 신비롭다. 내 주위 것을 부정하고 떠나며 외치는 것이 희망을 찾아 가는 것!”이라는 청년들의 말은 오늘 한국 사회가 어떠한 것인지를 잘 대변해준다. 이미 한국은 기회가 점점 상실되고 있다. 기회는 희망을 유발시키는 일인데 과거처럼 부자가 망하기도 하고 가난한 자가 부자가 되는 것이 주위에 일어나던 시기에는 분명 기회가 존재했으나 사회체제가 안정되어 부자가 계속 지속되며 가난도 계속 지속되는 것은 분명 기회가 제공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복권을 긁는 청년들을 보면 기회가 이젠 요행으로 변화되었다.

 

조각상 갈라테이아가 생명을 얻을 기회가 생길 때 차라리 조각상으로 계속 있게 해달라는 한국사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현대의 희망은 피그말리온의 욕구만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상호 의견 조율을 통한 희망이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긍정을 스스로가 아닌 사회가 제시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