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에 대한 번잡한 분석
소소한 일상에 대한 번잡한 분석
창수2
마을 어디든 걷다보면 일정한 간격으로 모아놓은 쓰레기 더미들을 접하게 된다.
이 무더기는 무더위 속 화학작용을 통해 각자 고유의 냄새를 갖게 되는데 비가온 뒤 수분함유량이 높아지면 더욱 자신의 냄새를 멀리 퍼트린다. 각자 냄새를 맡아보니 종이는 종이대로의 냄새, 나무는 나무 특유의 냄새, 낡은 천류의 냄새, 먼지, 담배, 기타 잡쓰레기의 냄새 등 수많은 특유의 냄새를 가지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유혹한다. 물론 그 특유의 냄새가 행인들에게 좋은 유혹은 아니다. 그러나 호주머니를 괜히 뒤적거리며 그 무더기에 동참하고 싶은 내 부산물들을 만지게 되고 그 더미 틈 사이를 비집고 기어이 잡다한 부산물들을 투기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 경과 후 무더기는 무럭무럭 자라난다.
쓰레기 투기 중 경범죄 처벌조항을 보니 더러운 물건이나 못쓰게 된 물건, 죽은 짐승, 대•소변, 침, 담배꽁초 등을 버린것에 대해 처벌을 하게 되어있다. 이러한 물건은 이전에 가지고 있던 사람이 뒤처리 까지 명확하게 하도록 지시를 한 것 이라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위의 물건들은 자신들 스스로 주인이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몰래 버린다면 그야말로 완전 범죄나 다름없다. 죽은 짐승이나 대•소변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버리기 쉽지 않지만 그 외의 것들은 쉽게 우리 주위에 가득 차여있다. 그래도 그들의 냄새는 뒷동네에서 불어오는 봄 바람마냥 자연의 일부인 듯 느낄 때도 있다.
신선하고 다양한 음식이라도 먹지 않으면 쓰레기로 변화된다. 그리고 다른 물건들에 비해 더욱 강력한 냄새를 갖게 된다. 이 음식물쓰레기가 물건무더기에 놓이는 순간 이 물건무더기는 확실한 쓰레기 더미로 인식이 된다. 이 냄새는 그동안 무더기를 이루고 있는 물건에 대한 인식을 일거에 허물어트리는 동시에 그 속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던 물건들마저 도매로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그로인해 그윽한 눈으로 물건 더미를 쳐다보던 재활용 생활화 시민들까지 외면시키는 결과를 만든다.
변소에 앉아서 식사 해 본적 있는가?
군대와 같은 극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음식물을 섭취할 때는 나름 좋은 환경에서 먹기 위해 인류는 노력해왔다. 일부 유럽 귀족들은 현재에도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지도 않을 정도로 먹을 때에는 최고의 환경을 유지하려 애를 썼다. 그만큼 음식물 섭취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음식의 맛을 느끼는 중요 기관 중 하나가 바로 코이다.
냄새를 맡는 방법은 공기 중에 퍼져있는 냄새분자를 콧속 점막의 수용체와 결합하여 후각신경을 자극하면 뇌에서 그 냄새에 대한 분석을 한다고 한다. 사람의 코는 약 4000종의 다른 냄새를 맡을 수가 있다하는데 장시간 불쾌한 냄새를 맡게 되면 후신경의 끝부분이 손상될 수도 있다. 그리고 불쾌한 냄새는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며 스트레스성 탈모를 일으키기도 한다. 불쾌한 냄새로 인한 식욕 감퇴로 쓰레기무더기 주변 주민들은 타 지역에 비해 영양분 부족이 초래될 수도 있다. 영양분이 부족하게 되면 모발의 힘이 약해져서 쉽게 모발이 빠질 것이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 될 것이다. 그러다보니 외모에 자신이 없어지게 되고 그로인해 또 다른 스트레스가 유발되어서 탈모가 더욱 촉진 될 것이다. 골목에 규칙적으로 나열되어있는 쓰레기 무더기를 보면서 대머리가 늘어 가는 규칙성과의 유사성은 과연 없는 것일까?
오늘날 우리는 외모를 중시하는 외모지상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자신 모습을 가꾸는 일도 중요하지만 외부적 환경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악취 가득한 환경에서 울창한 숲을 기대하긴 쉽지 않겠지만 좋은 환경이 된다면 빽빽한 머리숱을 기대해보는 것은 즐거운 상상일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런 글을 남긴다.
악취와 탈모의 상관관계는 작가의 상상력에 기인한 것임을 밝혀드립니다.
2009년 7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