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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부작 Pass on the ancient culture and not to create 述而不作

2창수맨 2011. 11. 4. 11:49

술이부작 Pass on the ancient culture and not to create 述而不作

 

어느날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옛것을 계승하여 기술할 뿐이고 새로운 것을 창작하지 않으며, 옛것을 믿고 좋아하는 나를 은의 대부인 노팽에 비교해 본다. 묵묵히 알 뿐이며 배우는 것을 싫어하지 않으며 가르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 이외에 무엇이 또 있겠는가?’ 이 말은 [논어] 술이편의 첫번째 두 문장인데 성인 공자의 겸양과 덕망이 반어법으로 표현되어 있다. 만약 공자(孔子, BC 551 - 479)가 21세기의 환상소설을 본다면 ‘괴력난신(怪力亂神)’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이처럼 공자는 사실이 아닌 것을 배격하고 전통을 계승하여 정확하게 기술한다고 강조했다. 원문인 ‘술이부작, 신이호고, 절비어아노팽(子曰 述而不作, 信而好古, 竊比於我老彭)’의 앞부분을 직역하면 ‘기술만 할 뿐이고 창작은 하지 않는다’이다.

 

술이부작에서 술(述)은 기술, 찬술, 편찬, 서술이고 작(作)은 새로운 것을 지어내는 창작이다. 또한 작은 황당하거나 괴이한 이야기를 포함하여 없는 것을 지어낸다는 뜻이다. 따라서 공자는 예로부터 전해오는 전인들의 사상과 문화를 존중하고 믿으며, 이것을 그대로 기술할 뿐이고 새롭게 창작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런데 술이(述而)는 호고와 상응하므로 순서를 바꾸어 해석하여 ‘고증된 옛것을 믿고 그대로 서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자(朱子) 또한 주석에서 ‘술은 예로부터 전해오는 것이고 작은 지어내는 것(述 傳舊而已,作 則創始也)’으로 해석한 바 있다. 공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시경, 악경, 예경, 서경, 주역, 춘추 등 육경을 찬술하면서 전해오는 사실을 정확하게 기록했다는 것이고 여기에 자신의 사상이나 생각을 창작하여 보태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편 술이부작은 ‘허황된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정확하지 않은 것을 임의로 써서는 안된다’는 작문과 찬술의 엄격한 원칙이다. 여기서 공자가 창작을 배격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공자를 비롯한 유가들은 허구나 황당한 이야기를 배격하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정확하게 기록한다고 했기 때문에 시와 문을 중요시한 반면 소설과 야담을 배격했던 것이다. 또한 공자와 유가들은 소설을 소도(小道)로 하찮게 여겨서 대도(大道) 즉 도리(道理)와 거리가 먼 황당한 이야기로 간주했다. 만약 새로운 것을 창작한다면 술이작(述而作)이나 작이술(作而述)이 되는데 이것은 진술/기술보다 창작하여 지어내는 것에 의미를 둔 개념이다.

 

술이부작은 논어 팔일(八佾)에 나오는 무징불신(無徵不信) 즉 ‘실증할 수 없으면 믿지 않는다’와 상통한다. 이것은 ‘고증할 수 있는 것만 믿는다’이다. 또한 술이부작 신이호고는 극기복례위인(克己复礼为仁)과 삼년무개부지도(三年无改父之道)와 같은 복고숭상과 상통한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보다 부모를 포함하여 옛사람과 옛것을 존중하고, 감정이나 욕심을 이기며 예로부터 전해오는 예(禮)를 지키면 그것이 곧 지혜로운 것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공자는 온고지신 즉,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아는 것을 스승으로 한다(子日 溫故知新, 可以爲師矣)’고 말했던 것이다.

 

술이부작은 단순한 찬술과 작문의 원칙이 아니라 공자의 철학 특히 천명사상과 연결되어 있고 공자의 현실주의와 합리주의를 상징한다. 아울러 술이부작이 추구하는 공자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또한 철저하게 고증하고 정확한 사실을 믿는 태도를 바탕으로 한다. 이 때문에 공자는 지위가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과 함께 완고한 복고주의자이며 역사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하지만 전통을 존중하여 춘추시대의 혼란을 과거의 법도로 다스리고자 했던 것이므로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한편 공자 이후로 문인을 포함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술이부작’을 앞세워서 자기 글이 정확하다고 주장하여 권위를 부여하는 일이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 끝 - (충북문화예술연구소장 / 충북대교수 김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