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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우선의 지각현상학 Phenomenology of Perception 知觉现象学

2창수맨 2012. 3. 25. 13:10

 

지각우선의 지각현상학 Phenomenology of Perception 知觉现象学

 

소년 진자위는 어느날 닭장에서 하얀 것이 어른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달걀이었고 아직 따스했으며 암탉의 피가 약간 묻어 있었다. 그 달걀을 들고 닭장을 나오면서 파닥이는 가슴을 진정치 못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하얀 달걀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해서 40년이 지난 지금도 강렬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다. 단지 하나의 달걀인데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인가? 달걀을 보고, 만지고 그래서 감각을 느끼고 또 그것이 달걀이라는 것을 지각한 것은 중국 대련의 소설가 진자위(津子围)다. 어린 소년의 가슴을 뛰도록 한 이 달걀은 물질로만 측정할 수 없으며 다른 달걀과는 다르다. 한편 달걀에 대한 마르크스적 해석은 유물론과 노동가치설에 근거하여 노동으로 생산된 하나의 상품이자 가치일 것이다. 그렇다면 11세 진자위의 달걀과 상점의 달걀은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가?

 

프랑스의 철학자 메를로퐁티(Merleau-Ponty, 1908 - 1961)는 신체성(corporeity, 身体性)이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인간의 신체는 지각의 주체인 동시에 대상이다. 그런데 똑같은 것을 사람마다 다르게 지각한다든가, 시간이나 공간 등의 상황에 따라서 같은 것을 다르게 지각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것이 바로 ‘지각의 크기’를 결정하는 신체이고 그 신체의 성질을 강조한 것이 신체성이다. 퐁티 철학의 핵심인 신체성은 후설의 생활세계와 지향성(intentionality)을 전제로 한다. 철학의 철학으로 불리는 현상학을 창시한 후설은 ‘의식은 무엇을 지향하는 의식(All consciousness is consciousness of something)’이라고 말하고 그것을 지향성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니까 생각하는 행위인 노에시스(noesis)가 생각의 대상인 노에마(noema)와 관계하는 그것이 바로 생활세계를 형성한다고 보았다.

 

후설의 지향성을 발전시킨 메를로퐁티는 의식이 무엇을 지향한다는 것은 무엇을 지각한다는 것이고 그 지각과 지향의 크기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을 그는 ‘모든 의식은 지각하는 의식이다(All consciousness is perceptual consciousness)'라고 정리했다.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신체/몸의 의미와 구조 그리고 기능이다. 메를로퐁티의 사유는 스승 후설의 지향성과 심신 이분법에서 시작한다. 일찍이 데카르트는 정신/마음과 신체/몸을 이분화하고 의식/인식의 주체를 정신/마음으로 설정한 바 있다.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에서 생각, 의식, 주체를 중심에 놓았다. 그는 이런 이분법을 넘어서서 상호작용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지각의 최초 발생 원인인 신체/몸의 지각작용에 주목했던 것이다.

 

 

메를로퐁티에 의하면 신체/몸은 경험의 주체이지만 근본적으로 열린 주체이며 신체/몸, 마음/정신, 세상/세계는 분리될 수 없다. 의식, 세상, 신체/몸은 상호관련할 뿐 아니라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는 모호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각하는 주체와 지각의 대상의 유동적이고 포괄적이라는 모호성, 다의성, 양의성을 의미한다. 이처럼 메를로퐁티가 주목한 것은 신체/몸의 지각작용으로 이 지각을 우선한 현상학적 분석이라는 점에서 지각우선이라고 하고 그의 방법을 지각의 현상학이라고 한다. 한편 모든 것은 ‘이 세계 - 로(안에서) - 존재(Being - in - the - world)’하는 것이고 각 개체들은 서로 거울처럼 타자를 반영하면서 얽혀 있다. 세계라는 현상(現象)의 장에는 의식이나 경험보다 중요한 신체의 감각이 실재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메를로퐁티는 신체/몸이 대상인 무엇을 잡는(grip) 현상이 발생한다고 보고, ‘잡는’ 주체를 강조하여 신체성에 주목한다. 이때 무엇을 ‘잡는 존재’는 잡는 행위를 통하여 ‘무엇이 되어가는 존재’이다. 그런 점에서 신체성은 의식, 개념, 의미 이전에 ‘잡는 행위’인 감각, 감정, 지각이 중요하다. 이것은 신체/몸 자체를 강조하여 데카르트와 헤겔로 이어지는 의식, 정신, 마음의 우위를 폐기한 것이다. 이처럼 인식 주체의 지각작용을 우선하고 그 지각작용은 신체/몸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메를로퐁티는 현존재를 강조한 셈이고 여기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 신체성(corporeity)이며 그런 점에서 그의 이론을 실존주의적 현상학이라고 한다. *참고나 인용을 했을 경우에는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표절은 범죄입니다. (충북대교수 김승환) - 끝 -

인문천문 목요학습 229 Thursday Study 星期四学习 2012년 3월 22일(목)

*참고문헌 Maurice Merleau-Ponty, Phenomenology of Perception, trans by Colin Smith. (London : Routledge, 2005).

*참조 <순수이성>, <현상학적 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