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홍원 인터뷰 / 시방아트 / 4월호
충북 청원군 문의면 마동1구 83-1번지 마동 창작마을
봄 바람이 살랑 살랑 스치는 것과 차안의 노랫소리가 귀속을 스치는 것은 인터뷰를 떠나는 나에게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마동의 이름 모를 농로를 달리고 있을 때 낮은 탄성으로 ‘행복하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마동에 도착 후 여느때 처럼 꼬장한 구렛나루 수염과 어린아이처럼 가지런한 앞가림 머리카락 모양은 쉽게 장난치기에 어려운 분위기이다. 말씀이 잠시 후에 나오는 듯, 쉰 목소리는 대화를 집중을 시키게 하는 놀라운 경청 유도 기술이었다. 몇 차례 만나보았지만 이렇게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긴 처음이었다.
예술가는 개인적으로 믿는 것에 대해서만 주로 집중 하는 반사회적 사람이다. 이홍원 작가도 젊었을 때 그 시대 상황을 세상의 부조리로 여기고 싸우는 민중 미술을 하였다. 그의 그림은 반사회적이었다. 그러던 그가 귀여운 호랑이를 그린다. 그 그림과는 다른 소나기 그림도 그린다. 개인적 그림 관점에서 본다면 과거 역동적 그림들과 연결되는 것은 소나기그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닥친 자연의 몸부림에 어찌할 줄 모르는 인간들의 모습, 그러나 장난스럽고 애교 있게 자연을 여기는 모습이다. 사춘기적 시각에서 아이 시각으로 후퇴된 그의 미술적 관점을 보니 진화적 감정의 방식이 이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를 찾아가는 감정의 회귀라고 해야 하나?
대한민국 미술은 경제 부흥과 함께했다. 88올림픽 즈음 새로운 문화에 대한 감각이 눈을 떴으며 이로 미술시장은 활발한 장식 미술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IMF시대에 미술 시장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이때 서울에서 열심히 활동 중이던 이홍원작가 역시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5년정도의 계획으로 경제난을 피해 마동 폐교로 오게 되었다. 작가에게 가장 시급했던 문제는 작가 작업실이었고 보다 넓은 곳을 선호하는 작가에게는 적은 금전의 제약이 마동까지 이끌었던 끈이었다. 가끔 불러주는 타 지역 전시에 슬슬 귀찮아지다 보니 비협조적으로 하다 10여년을 마동에서 조용히 본의 아니게 보내게 되었다 한다. 적적한 폐교생활에 정신적 도움도 될 겸 또 다른 작가들에게 기회도 줄 겸 넒은 공간을 다른 작가들에게도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시작했다. 이것이 마동 창작마을이 생겨난 짧은 역사이다. 역시 역사는 순리 되로 이렇듯 자유로이 되는 것이다. 작가들 유치를 위해 행정력을 동원하였다면 오래전에 문 닫았을 곳이다.
젊은 작가가 골짜기에서 작품을 한다면 어떤가요? 라는 질문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을 주의시키신다. 일시적 호기로 시작은 하지만 지독히 외롭고 지루한 싸움을 거치기위해서는 목표가 확실해야 견딜 수 있다 한다.
요즘 귀농이 사회적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런 시골 마을에 문화적인 예술인들 작업실이 있다는 것은 마을을 위한 좋은 선물일 것이다. 원주민들과 좋은 관계유지를 위해 잡다한 소일꺼리도 서로 도와가며 지내는 마을 예술인 이홍원작가의 모습이 그의 그림과 닮아있음을 느낀다.
작가에게 던진 변변찮은 질문꺼리
1.그림을 어떻게 그리게 되셨어요?
시골에서 자라다보니 그냥 노는 것도 좋고 보이는 것을 슥슥 그리는 것도 좋았어요.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며 놀았는데 그런데도 그릴시간도 많았어요. 그릴 때가 없으면 교과서 여백에도 빽빽하게 그림을 그리곤 했어요.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이 시골에서 그림을 그리는 주제로 사용하는 “개구쟁이” 연속 작업이 예요.
2.다른 일 해본 것 중 어떤 일이 기억에 남으세요?
고등학교 시절 미원 할머니 댁으로 가출을 했는데 누에, 담배 농사를 도우며 1년간 방황을 했어요. 7남매 중 4째라서 아이가 없어져도 별로 찾지도 않고 농사도 재미있어서 편히 쉬다 왔어요. 대학을 들어가서는 미술학원 강사, 졸업 후에는 대학 강사 외에는 특별한 일 하지 않고 계속 그림그리기에만 몰두했어요.
3.내주위에 있는 것 중 중요한 것 나열해보기
마누라 - 강아지3마리/ 백수건달, 뺀질이, 발발이/ - 그 외 주위의 작가들 ... 순서는 없이 말한건데 마누라가 제일 중요한 것은 사실이예요. 개인적으로 사물에는 애착이 없는 편이예요.
4.이웃들과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작가가 마을에 들어왔다고 주민들과 다르게 살으면 안돼요. 난 그림 그리는 일은 잘하지만 농사를 짓거나 산에 간다거나 하는 것은 주민들이 더 잘해요.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 유지하는 것은 마을에 사는 사람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예요. 주위를 공경하는 자세를 갖고 공유 할 수 있는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5.계절이 지나감을 실감 하실 텐데 언제가 좋은가요?
촌에 있다 보니 청주보다 훨씬 선선해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인데도 겨울이 제일 좋아요. 도로에 눈이 안 녹았다고 핑계 대며 밖에 안 나가도 되고 안돌아 당기니 그림도 잘 되서 좋아요. 3,4월은 계절이 너무 좋아서 심난해 그림이 안 되네요. 다 좋지만 그림위주로 이야기 하면 안 좋은 계절이네요.
6.시골에 있으면서 독특한 경험을 해보셨나요?
그림 그리는 사람 중에는 신기가 있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난 그런 건 아니고 등산하며 걷다보면 온갖 잡생각이 딱하고 끊기는 경우가 있는데 머릿속이 텅빈 것 같은 선정의 상태를 경험 할 때가 있었어요.
7.내 인생에서 수정 하고픈 시간은?
해가 떠오르는 것도 의미 있고 아름답지만 해가 지는 모습이 더 아름다워요. 60정도 나이를 먹으니 뒤도 돌아보게 되고 지난난일들이 다 좋아서 특별히 수정하고 싶지는 않네요.
8.작가로 언제 가장 당당한가요?
작가란 남들보다 특권 있는 직업이 예요. 남들과 같은 행동을 했더라도 예술가이기 때문에 좀 더 용서를 받기도해요. 그러나 작가로 받은 그런 권리도 다 빚이기에 작업을 통해 사회에 환원을 해야 합니다. 용서를 받고 환원하는 것이 작가의 권리고 그 권리를 행할 때가 당당한때 겠네요.
9.예술가가 가난한 것은 전 세계적인 일인데 왜 그렇죠?
전 세계 예술가들의 팔자가 가난해서 돈 버는 재주가 없어서 그런가 보네요.
10.지나가는 동물에게 내 그림에 대해 어떤 설명을 할까요?
눈을 가진 동물은 무엇을 바라봐요. 누가 주장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바라보는 것이지요. 나의 것을 느끼라는 것보다는 자신이 보는 것을 보고 각자 알아서 느끼겠지요. 내가 돌을 보고 이야기해도 내가 느껴요.
11.예술가는 일반인들보다 정직한가요?
근대 미술가들만 해도 순수성이 있었지만 그림이 돈으로 사고팔기 시작하면서 예술가들이 부패된 것 같아요. 검찰, 법원의 그림 심의때 보니 미술가들 스스로 욕먹을 짓을 하고 있어요. 향후 미술관이 생기면 문화재단이 알아서 일을 잘 추진했으면 해요.
12.부모나 배우자가 그림 그리는 것을 반대하진 않았나요?
요즘은 많은 문제가 있을 테지만 내 때에는 7남매라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두었어요. 무관심으로 대응했던 것 같아요.
13.화가는 거지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남의 직업을 인정 못하는 수준의 사람에게는 설명이 필요 없어요. 대게 자기주장 안에 갖혀있기 때문에 설명해도 이해를 잘 못하죠. 취급을 안 하는 것이 덜 피곤하게 삶을 사는 방법이죠. 작가와 성직자는 정신적인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인데 물질 갖고 유치하게 높낮이를 정하니 상종 안하는 것이 나아요. 물질은 없는 것에 불편을 느끼지만 정신은 없어도 불편한 것을 못 느끼죠. 그런 정신에도 불편함을 느끼는 예술가들의 수준을 알 수 없는 거죠.
14.화가 외에 해보고 싶은 직업은?
맛 여행가가 되고 싶어요. 여행을 다니고 싶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은데 맛 기행가면 두 가지를 다할 수 있으니 최고의 직업이 아닐까 해요.
15.선생님은 운이 좋은 가요 아님 나쁜가요?
좋은 운이 있기도 했지만 나쁜 운도 함께 있었어요. 서울에서 작업할 때 집세가 월80만원이었는데 요즘 집세내기 힘들다 했더니 집주인이 3년간 집세를 받지 않았어요. 고마워서 그림을 주었더니 그림 값도 주고해서 좋았어요. 그 집주인이 집을 팔았을 때 다음 주인에게 1년 치의 집세를 미리 선불로 주었을 만큼 집주인과 만난 당시에는 운이 좋았었어요. 운이 나빴을 때에는 3개 도시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했는데 금융실명제 정책의 발표로 팔린 그림까지도 되돌아오곤 했어요. 모든 삶은 운은 불운을 불운은 운을 서로 빛내줘요.
16.예술을 이용하는 사이비 예술가에게 남길 말씀은?
문화센타에서 취미생 좀 다르게 가르치길 바래요. 그림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존중시키는 것이에요. 공모를 통해 누구에게 상을 주고 하는 것은 작가를 위하는 것 보다는 작가를 소멸시키는 행위예요. 작가의 순수성은 시간이 지나도 알아 볼 수 있으니 순수성을 찾는 교육을 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