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창수맨 2012. 5. 30. 09:23

길 위에 있는 이김천

 

 

 

2창수

 

이상한 작가다.

멀리서 봐도 이상하고 가까이서 보니 더 이상하다. 차분하고, 즐겁고 장난스러운 말투는 전화상으로는 분명 신사인데 만나니 산적이었다. 다소 첫인상이 목소리와 전혀 어울리지 않은 묘한 사람 냄새가 풍기는 작가다. 음성에서 파주 작업실로 잠시 작품을 위해 떠난 것이라고 한다.

 

작업실은 몇 차례 물어 도착했다. 조그만 강아지 세 마리가 오랜만에 사람을 본 모양으로 즐겁게 꼬리 흔들며 쳐다보는 조용한 시골 공장 지대다. 경기도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인접해서 조금만 도로를 벗어나면 가건물 창고가 즐비하다. 이김천 작가의 작업실은 이런 공장을 임대하여 쓰고 있었다. 작업실 옆 조그만 웅덩이에 드리운 낚싯대가 여느 훌륭한 호수 못지않은 운치가 있어 보였다.

 

 

 

작가는 10여년부터 스피커를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전시장을 잘 안다니는 편이라 거의 새로운 마음으로 모든 그림을 보았다. 시간에 쫓기어 제대로 인터뷰를 못했지만 하룻밤 넉넉히 쉬다가도 될 것 같은 주인장의 풍채가 느껴지는 이상한 공간이었다. 수호지에서 나오는 하룻밤 잘못 자다가 다음날 만두가 될 것 같은 느낌도 있었지만 그래도 다시 와봐야 할 것 같은 곳이다.

 

음악을 무척 좋아하고 음악을 통해 작품의 영감을 느끼는 이김천 작가이다. 음악, 음향은 귀를 통해 내부를 움직인다. 그러나 시각의 미술은 소리보다는 더 이성적인 것을 수반하는 것 같다. 눈을 통해 들어오는 것 자체가 본질이 아닌 주관이 개입된 이성(음향보다는 이성적이라는 개인적 견해이다)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작가는 음향을 통한 어떤 감성 전달을 그린다. 결국 음향이 주된 것이고 미술은 설명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말을 하며 설명을 하며 계속 음향을 트는 그의 행위를 통해 어렴풋이 짐작되었다.

 

불규칙을 통한 자유로움, 정리와 비 정리의 사이를 혼용하며 이야기가 이어졌다. 사실 뭔 말인지 두 가지가 상당히 다른데 계속 같은 이야기처럼 섞였다. 그래서 처음엔 차이를 나누며 이해하려했지만 나중엔 그냥 소리로 들었다. 그냥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감성은 사실 이해를 바라지 않는다. 느낌에 어떤 수식어구가 필요로 하는가! 너무 오랫동안 언어라는 장벽에 막혀 논리적으로 느낌을 해석하는 해괴한 일을 해왔던 것 같다.

 

이김천 이름이 성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상한 이름. 그러나 그것보다 더 이상한 작명의 숨은 이야기가 있었다.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시던 어머니가 갑자기 배가아파 김천에서 낳았다는, 황당한 이름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만큼 이김천 작가는 어디론가 떠난다. 그것 때문에 길 위에 있는 작가라는 표현이 나오게 되었지만, 그것은 그간 어느 곳에 매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 낙천적인 성격일 수 있고 그의 말대로 변화되지 않기 위한 방법일 수 있다. 움직이는 지구에서 움직이지 않는 방법은 지구의 움직임만큼 빠르게 거스르는 것이다.

 

 

 

조잡한 터치로 그려진 그의 그림에서 선인들이 주장한 무기교의 기교를 느낄 수 있는, 가만히 있지만 움직이는 이상한 작가다. 외박 허가 받고 다시 한 번 들러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겠다. 만두가 되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