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미술관 개관과 눈치 보는 청주미술계
Artist 2창수
미술이 현대 사회에서 어떠한 필요성이 있는 것인지 미술계에서 스스로 주장을 하지 못했다. 형이상학적인 괴변을 늘여 놓으며 남의 철학을 응용하여 자기가 만든 것인 양 주장하는 미술작가들에게 사회는 관심이 없다. 이러토록 미술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회이지만 다른 지역과 문화예술 환경에 대한 비교를 하게 되면 달라진다. 문화적 기본 환경이 잘 마련되지 못하는 것은 행정에 대한 문제로 인식되며, 낙후된 문화 기반 지역으로 대외에 알려지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이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는 시대에서 문화낙후지역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행정가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된다. 거의 모든 정치인들의 공약을 보면 문화예술에 대한 공약은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이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 형식만 갖춘 것이 대다수지만 굵직한 현안인 미술관이나 공연장 건립 등에 대한 공약은 돈도 적지 않게 들어가지만 만든 경우 자신의 치적으로 쌓기에 좋다.
지역 간 문화 환경에 대한 우수한 평가를 위하여 어쩔 수 없이 각 지역에는 미술관을 만든다. 미술관은 지역 미술계와 정치인의 거래를 통해 자리를 만드는 곳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지역 미술계의 권력과 정치이익을 실현할 공간으로 미술관이 이용되는 것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술관의 특성상 내부 내용이 밖으로 나오기 어렵고 대중의 관심도 없는 특성상 서로의 이익을 해결하기 좋기 때문이다. 당연히 지역 미술계는 미술관 운영위 구성에 대해서 일종의 압력을 행사해 장악할 것이고 운영위의 결정된 사항에 대해 관계 행정은 따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계는 행정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방법으로 책임을 미술계로 전가시키며 내용은 없어도 잘 돌아가는 미술관이다. 전시에 들어가는 비용은 최소화하면서도 비엔날레처럼 각 학교에 학생인원을 동원하여(교육부 협조라 하기도 한다) 구경(求景)오는 인원을 확보하여 성황리에 개최되는 전시로 홍보하며 잘되는 미술관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되더라도 청주시립미술관 운영에 세가지 더 필요한 역할을 정리해 보았다.
첫째, 작가들과의 소통 창구의 역할.
미술관의 의미를 어떻게 만들어 지역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주느냐가 중요한 운영의 기본이다.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가들과의 소통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 다들 미술관의 역할로 지역 작가의 발굴이라는 거대한 업무를 떠넘기는데, 작가는 스스로 노력해서 결과를 만드는 것이지 미술관이 가르치고 홍보해준다고 해결 될 것이 아니다. 미술관은 준비된 작가들이 찾아와 같이 상의하고 발전 가능성을 협업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술관 자체가 작가들과 소통의 창구를 가지고 지속적 관계소통에 노력해야 한다. 미술관으로 작가들이 모여 고이는 것이 아니라 미술관을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가는 미술 증폭기의 기능을 미술관이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예사들의 업무가 보다 국제적이어야 하며 다른 국제적인 미술관과 지속적 관계망을 구축해야 한다. 1년에 기획전 2차례 하는 학예사는 사실 별 필요 없다. 청주시립미술관의 규모가 작다고 고민하지 말고 학예사를 늘리고 업무를 다양하게 하여 장소가 좁으면 연구이 기능이 특화된 미술관을 만들면 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준있는 연구 결과를 청주 이외의 지역으로 넓히면 된다. 그럼에도 지역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지역학교별 인센티브로 좋은 학예사 들어오는 것을 막지 말고 좋은 미술이론가들이 정착가능한 지역거점이 되어야 한다. 지역에서 폐과되는 미술과 학생 1-2명 취업시킨다고 학교도 안 살고 미술관만 죽이는 일이 될 것이다.
둘째, 특색 있는 소장품.
미술관 소장품의 장기적 계획이 있어야 한다. 모든 곳에는 장기적 계획이 있겠지만 청주시립미술관의 적은 규모와 분산된 행정의 한계를 빨리 인정하고 청주지역에 유리한 방향으로 소장품을 설정을 해야 한다. 다양한 미술 장르가 혼재된 오늘의 미술에서 어떤 장르, 철학의 미술품을 집중적으로 미술관을 꾸려야 한다. 이렇게 해야 타 지역과 견줄 수 있는 중요한 한국의 미술관중 하나로 인식될 것이며 이렇게 만들어진 미술관의 특색을 살려 국립현대미술관청주관에 수장될 작품에 수장에 대한 요구를 진행할 수 있다. 청주의 특색의 방향도 못 잡고 혼란스럽게 진행이 되면 국립현대미술관청주관의 작품들은 청주와 무관한 작품들이 오게 될 것이고 작은 청주시립미술관은 있으나 마나한 미술관으로 전락될 것이다. 대다수의 한국 국립미술관은 몇몇 인원에 의해 작품소장에 대한 논의가 끝난다. 그 덕에 소위 알만한 작가들의 그림은 의례적으로 각 지역의 국립, 시립 미술관에는 다 소장되어있다. 특색 없는 작품소장을 위해서는 이만한 일이 없다. 서류는 워낙에 잘 꾸미니 청주시립미술관도 이렇게 될 것 같은데 보다 의미 있는 미술관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관례를 파격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다른 곳의 미술품을 똑 같이 가지려 하지 말고 나중에 빌려 전시하면 된다.
셋째, 지역미술계와의 수평적 관계 설정
현재 지역 미술계는 이익단체와 대학 중심의 교육단체로 구성되어있다. 이익단체는 지역 미술인들의 대표 격으로 예총 산하의 미협, 민예총 산하의 민미협 이렇게 두 단체와 각 대학 교수들을 중심으로한 미술학과 학생들이 있다. 그러나 미술가들의 특성은 개인주의적 성향으로 개인 작품을 하는 경향이 강해 단체에 가입을 하지 않는 작가들의 수는 두 단체를 합한 수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몇 안 되는 회원 수를 가진 이익단체와 작가 지망생을 가르치는 교수들에 의해 나온 결정을 미술인들의 답변인양 호도하는 문제는 꼭 해결 되어야 한다. 행정의 편의는 분명 공개토론회를 통해 나온 의견 수렴을 하였다는 형식이 중요하겠지만 단체 외에도 다양한 작가들의 의견이 피력할 기회를 주어야한다. 권력이 한쪽으로 몰리게 되면 예술단체의 공금횡령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므로 그런 일이 없도록 미연에 방지를 해야 한다. 서로 견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자정 능력이 생긴다. 미술관은 미술계의 의견을 다양하게 청취 가능하도록 그리고 스스로 정화가 가능하도록 미술관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술관의 이런 노력은 지역 미술계와 미술관의 관계설정의 기본이 될 것이며 수평적 관계 유지를 위해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방법이다.
그간 청주의 미술계는 어떠한 이익을 얻는지는 모르지만 단체장을 서로 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내부 대표 투표행위에서도 회비 대납 등 온갖 응용기술을 이용하여 단체장을 하려 노력 하였다. 중앙의 단체장 역시 별반 다를 바 없이 더욱 대놓고 회비 대납비용에 수 억원을 지출하며 버스대전과 각 미술대학 교수를 종용하여 노골적으로 제자들에게 투표를 강요시키며 단체장을 하려 했다. 최근에는 아마추어 회원들을 가입시켜 투표권을 가진 회원을 자신 맘대로 종용하며 단체장을 하였다. 그러한 미술계의 뒷면이 낱낱이 공개된 오늘에도 버젓이 지역 미술어른 행세를 하며 돌아다닌다. 그들 덕분에 청주시립미술관의 초대 관장은 공무원이 하게 되었다. 지역 미술계를 믿을 수 없기에 공무원으로 했다는 것이다.
공무원은 일반 사람들보다 법 규정과 행정에 밝은 인재들의 집합체이다. 적당한 위치에서 1년에 관리하는 금액은 부서별 직급별 차이는 있지만 적당한 크기의 병원장만큼은 된다. 그만큼 여러 균형 잡힌 행동에 익숙하고 그만한 책임감도 있다. 그러나 민간단체의 업무를 하게 된다면 어떨까? 왜 다른 지역에서는 민간에 관장 직을 제안할지 생각해볼 일이다. 청주시에서는 계속적인 관장의 공무원화가 아니라 개관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사무관(5급)을 초대 관장으로 임명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임시관장이라는 명칭으로 해야 지역 미술계에 실례가 되지 않는 것이다. 지역 원로의 이야기처럼 앞으로 청주미술관장의 직급은 민간에 이양되어도 5급대우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문화원장도 5급, 박물관장도 5급, 재단 이사장도 5급으로 생각하면 될 일이며 이로 인해 지역 미술대학교수는 6-7급 정도로 대우하면 된다고 청주시장은 생각했다고 보는 것은 너무 과한 것일까? 사실 민간인들에게는 급수는 별 의미 없으나 직급에 대한 것이 공무원들 사이에서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청주미술계는 자신들을 무시한 현재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조용한 것은 또 다른 어떤 이해를 서로 나누었기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