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로가 사랑한 그림 - 루벤스의 승천하는 성모마리아
안트베르펜(Antwerpen)성모대성당(St. Mary's Cathedral)승천하는 성모 마리아 (Rubens, Assumption of the Virgin Mary, 1625-26)
Artist 2창수
소설에는 단색의 그냥 큰개던데, 만화영화 속 ‘플란더즈의 개’는 얼룩 점박이 무늬가 그려진 큰 개다. 만화영화를 제작한 일본에서 영상미를 제공하고자 이쁜 얼룩무늬를 넣은 것이다. 현재 30~40대의 마음을 어릴 적에 움직이던 큰 개 파트라슈와 네로는 함께 할아버지를 도우며 약간의 러브스토리, 약자에 대한 억압, 삶의 고난을 이겨내려는 잔잔한 희망이 있었던 이야기다. 이야기의 무대는 호보켄 마을에서 우유를 팔기위해 안트베르펜으로 오가는 이야기인데 실제 지명이 벨기에의 안트베르펜과 북쪽 호보켄이다. 영국인 작가 위다(Ouida)가 1872년 쓴 플란더즈의 개 파트라슈와 네로의 실제무대이다. 그러나 이곳 주민들은 네로와 파트라슈를 잘 모른다. 1975년 후지 TV 에니메이션의 위력으로 한국과 일본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일본 관광객들이 파트라슈와 네로를 이곳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문화의 역 수출이며 먼 타국에서 다시 생산된 문화로 다시 붐을 일으킬 수 있다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결과다.
80년대 한국의 많은 소년, 소녀들을 울리던 플란더즈의 개는 어린이가 보기에도 딱하기 한이 없었다. 가난하지만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네로는 씩씩하게 할아버지를 도우며 살아가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마을사람들의 외면과 버림으로 죽어가는 내용이다. 얼어 죽어가며 그토록 보고 싶어 하는 루벤스의 그림을 본다. 그리고 네로의 옆에서 같이 죽음을 맞이하는 파트라슈의 마지막은 지금 생각해도 참 슬프다.
네로가 보고 싶어 했던 루벤스의 그림은 안트베르펜(Antwerpen)의 성모대성당(St. Mary's Cathedral)안에 있는 ‘승천하는 성모 마리아’(Rubens_Assumption of Virgin)이다. 이 그림은 루벤스의 작품이다. 루벤스는 화가였지만 스페인과 잉글랜드에서 기사칭호까지 받은 외교관이었으며 미술품에 조예가 깊은 훌륭한 수집가이기도 했다. 네로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루벤스는 명작을 많이 만들어 낸 실존 인물이다. 루벤스는 아직도 이름이 유명한 미술가이며 바로크 미술의 대표적 작가로 인정받는다. 루벤스는 고대의 미술과 16세기 거장의 미술품에 큰 감명을 받아 그들의 그림을 모사와 연구를 하였고 동 시대의 미술에도 많은 자극을 받고 또 후원의 역할도 하였다. 실력과 겸손함, 같은 미술가를 후원하는 일까지 한 것을 보면 인품역시 훌륭했을 것이다.
‘승천하는 성모마리아’그림은 루벤스 특유의 활동적 표현으로 수평적 시선에서 시작하여 하늘 위를 올려보는 시각으로 그림을 표현 하였다. 납작 바닥에 앉아서 본다면 하늘위로 올라가는 성모의 모습에 더 큰 자극을 받을 것이다.
원래 이 작품은 유명하지만 만화영화를 통한 감성을 갖고 있는 일본인들과 한국인들에게는 루벤스의 그림보다는 네로가 보고 싶어 하던 그림이라는 것에 더 큰 관심이 있다. 세상은 이렇게 허구와 현실이 공존한다. 네로가 주위 사람들의 관심을 얻지 못해 죽음을 맞이하는 것과 같이 오늘날 사회약자들 역시 무관심으로 생존이 위태롭다.
네로의 죽음은 허구지만 호보켄 마을 주민들은 어린 네로가 할아버지 죽음 이후 무관심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동화를 벗어난 현실에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뉴스에서 쏟아진다. 동반자살이라는 검색 언어를 치면 수원, 청주, 부산, 인천, 여수 등 전국에서 발생된 뉴스를 볼 수 있다. 언론에 나오지 않은 이름 없는 자살까지 한다면 그 수는 대단할 것이다. 자신이 처한 한계를 자신에게 공격을 가해 마감하는, 사회약자의 마지막 사회저항이다. 과학의 발달로 더 편하고 쾌적한 사회가 되었지만 인간의 욕구는 끝이 없어서 스스로를 비관하며 더 힘들게 만든다. 인류애를 보여주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직접적인 현실인 가난한 예술가의 죽음, 동반 가족 자살 안에서도 약자인 살해당하는 어린이들, 더 나아가 수천만의 시리아 난민의 아우성은 더 큰 책임으로 인류애를 보여주라는 네로와 파트라슈 그리고 루벤스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