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움가르텐의 진선미 Good, Truth and Beauty by Baumgarten 姆嘉通得真善美
18세기 프랑스의 신흥 부르주아들은 자기 집을 예술작품으로 장식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예술성이 돋보이는 작품은 강렬하거나 기이(奇異)해서 집에 걸어두고 감상하기에는 부적합했다. 좋다고 하더라도 무엇이 어떻게 좋은지 모르므로 혼연(渾然)스럽다. 그래서 그들은 예술성이 돋보이는 작품보다 자기 감성과 취향에 맞는 작품을 걸었다. 이처럼 근대초기에 등장한 신흥 부르주아들에게는 ‘무엇이 좋은 작품인가?’가 중요했고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미적 가치 기준이 필요했다.
근대미학을 정초한 독일의 철학자 바움가르텐(A. G. Baumgarten, 1714 - 1762)은 [미학(Aesthetica)](1750)이라는 책에서 미/아름다움의 핵심을 진선미[眞善美 Good, Truth and Beauty]로 요약했다. 그렇다면 진선미라는 기준은 무엇에 근거하고 있는가?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근대 이전까지의 미적 기준은 감각에 근거한 유쾌와 불쾌였다. 그런데 바움가르텐은 예술이 가진 특유한 미의 영역이 있다고 간주하고, 그것은 감각을 포함한 여러 가지의 하위인식능력과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이성이나 논리와 같은 상위인식능력과 감각이나 감성과 같은 하위인식능력이 있다. 진선미는 ‘무엇이 사람들의 하위인식능력을 자극하고 감동시키는가?’를 물어서 귀납적으로 추출한 것이다.
18세기에는 규칙, 조화, 이성, 질서 등을 토대로 한 프랑스 신고전주의가 문예사조의 주류였다. 이때 바움가르텐은, 예술은 미적 감각을 파괴하는 상위인식능력인 이성과 논리보다 감각, 감정, 지각, 허구, 정서, 상상력, 창의성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바움가르텐은 인간의 정신을 이성, 감성, 의지로 구분하고 감성적인 영역이 미의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원래 미학이란 말은 느낌 혹은 감성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Aesthetitica에서 유래한다. 그러므로 바움가르텐이 말하는 미학(美學)은 과학적으로 분석이 가능한 ‘감성적 인식의 학문(Aesthetica est scientia cognitionis sensitivae)’이다.
바움가르텐은 예술이 인간의 감각을 완성시키고 인식을 개발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보았다. 특히 미는 예술에서 최고조로 드러나며 예술에는 예술적 진리와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예술작품에는 다양성, 풍부함, 대비, 대조와 같은 예술만의 특징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느낌에 대한 지식 그리고 경이(驚異)와 직관(直觀)은 상위인식능력만큼 중요하다. 이처럼 느낌을 절대적으로 중요시했던 그는 예술가의 창작행위는 바로 미적 느낌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보았다. 바움가르텐이 말한 미적 감각은 라이프니츠가 정립한 원자(原子)가 가진 다양성 및 역동성과 유사하다. 왜냐하면 예술에서 매우 중요한 인간의 주의력은 질서, 통일성, 규칙, 조화만으로 유지되지 않고 풍부, 다양, 변화, 대조, 대비 등이 있어야 유지된다. 따라서 예술가는 독창성을 발휘하여 다양하고도 풍부하게 표현해야만 독자/청자/관객의 주의력을 유지하는 한편 작품의 통일성도 기하면서 감동을 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표현의 다양성은 외연적 명석(extensive clarity)을 가진 통일성 속의 다양성이다. 바움가르텐은 미학(美學)이라는 학문을 창시했으며 예술철학, 예술비평, 창작방법론, 예술교육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반면 칸트는 미를 인식과 판단이라고 정의한 다음 바움가르텐의 미학이 자연과 예술의 미에 관한 객관적인 규칙, 준거, 원리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즉 칸트는 진선미라든가 감각의 완성과 같은 개념이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주관적 판단이며 미는 지각의 내면적 감각일 뿐이라고 보았다. 한편 톨스토이(L. Tolstoy, 1828 - 1910)는 바움가르텐이 ‘진은 도덕적 의지에 의해서 획득되는 것이고, 선은 이성에 의해서 인지되는 것이며, 미는 감각에 의해서 느껴지는 것’이라고 했지만 이런 규정은 설명도 부족하고 작품 감상에도 부적합하다고 비판했다. (충북문화예술연구소장 / 충북대교수 김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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