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잘난 미술가
Artist 2창수
“내가 말이야 왕년에 어땠는지 알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는 별것 아니고 과거 일정한 찬란했던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피터팬 같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 특징은 자신의 섬세한 감성을 다치지 않기 위해 상대방을 무자비하게 도륙한다.
미술가들 사이에서 언젠가부터 엘리트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 어느 대학 출신이고 그 대학을 졸업하여 어떠한 과정을 밟았다는 그래서 엘리트라는 식이다. 그런 사회적 인식에 어떻게든 기를 쓰고 끼어볼 요량으로 지방에서 몇 년 대학교 다니다 서울 소재 대학에 편입을 한다. 편입해 들어가면 기존 학생들 사이에 조금 처진 학생으로 대우받지만 졸업까지만 참으면 동일한 졸업장을 통해 동일한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이런 학부 편입이 용이하지 않으면 만학도임에도 어린 마음으로 다시 학부시험을 봐서 올라오는 경우도 있고, 보다 수월한 방법은 대학원에 진학하는 방법이다.
과거 대학원은 어려운 과정을 통해 들어가는 곳이었지만 정부 지원금 축소로 대학교 자율에 대학원생 수를 맡기자 교수1인당 학생 수와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뽑아 학위장사의 대표적 모델로 발전 되었다. 학생은 어떤 전문가에게 무엇을 배우러 오는 것 보다 이름 있는 대학 졸업장을 획득하러 온다. 그렇게 따온 졸업장을 들고 혹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는지 기웃거린다. 자신이 필요로 기웃거리며 학교를 들어가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자신을 누가 필요로 할까? 해서 기웃거리며 일을 따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이런 슬슬 눈치 보는 광어나 도다리 미술작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비싼 돈 내고 공부한 미술 실기 박사들이 살 길 찾아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학자 과잉 공급이다.
멋진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세공기술자들이 필요하다. 좋은 원석을 알아보는 안목을 갖추어야 하고 각기 보석에 맞는 방법으로 세공해야 하며 보석을 지탱하는 금은 세공 기술까지 있어야 명품 목걸이를 탄생 시킬 수 있다. 이런 고도의 세공 기술자들을 장인이라 부르는데 그런 장인을 우리는 엘리트라고 부르지 않는다. 좋은 대학을 나와도 그냥 세공인이나 장인이다. 그럼에도 순수 미술 하는 작가들은 그런 엘리트 의식이 강한데 그런 주장을 하는 작가들과 장인들과의 차이가 어떻게 다른가? 엘리트는 대중과 다른 특수한 계층을 이르는 말이다. 단순한 계층이 아니라 특수한 자격요건을 갖고 있는 개인 혹은 집단을 의미한다.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미술이 독자적 지위를 획득 한 적은 별로 없다. 그림을 잘 그려서가 아니라 다른 출신 성분, 학식, 생활을 통해 보여주는 철학이 없었다면 그림 그렸던 개인을 누구도 엘리트로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학제도가 보편화 되면서 대학 간 우월성 경쟁의 결과물로 명문 대학이 나왔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를 깨우치고 그것을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미술가는 제도화된 교육을 통해 나오기 어렵다. 세상의 규칙을 많이 안다고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몸으로 체득한 규칙의 방법을 응용하여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이 예술가이다. 그 중 아니요 근성이 유달리 강한 미술가들이 보편적 제도 틀에 맞추어 선출되면 그들이 미술에 엘리트가 될 수 있는가? 미술은 그러한 규칙의 정형을 뛰어넘는 시각과 정신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단순히 자기가 명문 대학 나왔다고 30년 지난 시점에도 엘리트가 뭔지 떠들고 있다면 참으로 딱한 사람이다. 더 딱한 것은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왕년에 잘나갔던 미술가가 아직도 20세 시절의 학벌 엘리트 정신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서울 외 모든 지역에 정신적 식민지 건설 선봉장이 되어있을 것이다. 주위 미술가들이 있다면 그들을 의심해 보라. 과연 그들은 무엇을 공부했고 지금 여기에 무엇을 이루려는 것인가? 시민이 깨어있지 않다면 곧 엘리트주의를 앞세운 미술가들이 지역 미술을 살찌울 것이다. 다시는 아무도 일으켜 세우지 못할 만큼 푸짐히 피둥피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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