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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동물 인간 Sick Animal Human 生病的动物人类

2창수맨 2013. 5. 5. 12:28

병든 동물 인간 Sick Animal Human 生病的动物人类

 

그가 오른손을 힘차게 흔들면서 ‘인간, 병든 동물’이라고 외쳤다. 그러자 청중들은 약간 놀랐다. 왜냐하면 그가 지목한 병든 동물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가 인간을 병든 동물로 규정한 이유는 말하는 존재 인간에게는 무의식이라는 것이 있어서, 의식과 균열이 있을 수밖에 없고, 주체의 분열로 인하여 정신이 병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이성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처럼 인간이 자기의 이성과 논리로 통제할 수 없는 신경증을 앓고 있다고 말한 사람은 라캉이다. 라캉에 의하면 인간의 무의식 속에서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힘이 작동하면서 자아(Ego)와 초자아(Super Ego)/본능(Instinct)이 충돌하므로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산다는 것이다.

 

라캉(J. Lacan, 1901 ~ 1981)은 특히 언어에 주목한다. 인간은 언어에 의해서 지배당하고, 언어로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며, 언어의 기호로 존재한다. 거울단계(생후 6개월 ~ 18개월)에서 인간은 자기와 타자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자기를 타자들의 관계인 세상에 기호로 등록하고 상징기호가 된다. 가령, ‘프랑스인 자크 라캉’과 같은 기호, 더 정확히 말하면 하나의 기표로 산다. 그 결과 말하는 존재(Speaking Being)인 인간의 신체에는 언어의 상징구조가 각인되는 반면 무의식 속에 원래의 욕망을 은폐해 버린다. 이 원초적 형상인 이마고(Imago)와 나르시시즘의 환상은 간혹 꿈, 히스테리, 헛소리로 분출한다. 이런 표현이나 발화는 떠다니는 기표인데 아버지로 은유되거나 의미가 대치된 환유 구조로 짜여 있다. 이처럼 무의식 속에서 언어는 분열적 구조로 잠재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의 마음에는 주체분열의 신경증이 생기고 정신은 불화에 괴로워하는 것이다.

 

언어 상징을 수용한 주체는 분열현상을 보이는데 이것을 흔히 일차 주체분열이라고 한다. 그것은 거울단계의 유아시절에 아버지는 법과 질서를 지키는 방법을 가르치고 아무것이나 상상하지 않고 아무것이나 소유하지 않도록 훈련시킨 결과다. 라캉은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권위를 ‘아버지의 이름(Name of the father)’이라고 명명하고 인간의 사회화 과정을 설명한다. 그런데 인간의 무의식에는 전복의 욕망인 주이상스(Jouissance)가 꿈틀거리다가 때로는 히스테리(hysteria)로 분출한다. 그러면 아버지의 이름인 사회의 법이 그 행위를 처벌하고 다시 무의식 속에 가두어 버린다. 한편 분열적 주체($)는 언어로 표현되기 위하여 다시 자기를 잃어버려야 하는 비극적 상황에 처한다. 이것을 이차 주체분열이라고 하는데 이 두 번의 주체분열은 모두 언어 때문에 생기는 분열현상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때때로 분출하는 충동은 현실원칙을 어기면서 쾌락원칙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되면 법의 처벌을 받게 되므로 마음의 병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라캉은 1973년 TV 특강에서 ‘인간, 병든 동물(Homme - Sick animals)’, 나아가 근본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병든 동물[Human being is an undoubtedly and irrevocably a sick animal]이라고 단언했다. 라캉에 의하면 그 병의 원인은 말하는 주체로 상징계에 등록하기 위하여 거세된 동물(Castrated animal)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상징기호인 기표(Signifier)와 실재 의미인 기의(Signified)가 불일치하면서 기호체계가 교란된다. 결국 언어 때문에 무의식이 생기는 것이고 언어는 사물을 죽이면서 상징으로 표현되므로 인간을 병들게 만든다.

 

대체로 인간은 ‘배가 고파서 밥을 먹어야 하겠다’와 같은 욕구가 아니라 ‘멋진 식당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면서 사랑하는 애인과 식사를 하고 싶다’와 같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인간은 실현되기 어려운 것을 욕망하거나 도달할 수 없는 실재계를 지향하는 등 불가능한 것을 추구한다. 하지만 인간은 현실원칙에 따라서 살아야 하므로 자신의 욕망을 폐기할 수밖에 없다. 원래 인간이 가지고 있던 욕망은 아버지의 이름이 은폐시켜 버렸고 상상계의 이상적 자아(Ideal I)로 회귀하고 싶은 욕망 역시 실현되지 못한다. 이것은 레비스트로스가 말한 상징적 동물을 토대로 병든 존재가 되는 인간을 설명하는 라캉의 방식이다. 이런 라캉의 인간존재론은 인간내면의 무의식에 주목하고 언어적 동물이라는 것을 강조한 정신분석학의 개념이면서 인류학적 해석이다.

- 끝 - (충북대교수 김승환)

인문천문 목요학습 K-267 Thursday Study 星期四学习 2013년 5월 2일(목)

*참고나 인용을 했을 경우에는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표절은 범죄입니다.

*참고문헌 The Seminar of Jacques Lacan Book Ⅱ, ed by Jacques-Alain Miller, trans., Sylvana Tomaselli. (New York: W.W. Norton & Company, 1988).

Philippe Van Haute, Tomas Geyskens, A Non-Oedipal Psychoanalysis? - A Clinical Anthropology of Hysteria in the Works of Freud and Lacan, (Louven University Press, 2012). p.166.

*참조 <거울단계/상징계>, <까다로운 주체>, <나르시시즘>, <대타자·소타자>, <상징적 거세>, <실재의 사막>, <안티 오이디푸스>, <욕망기계>, <주이상스>, <주체분열>, <주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