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건방2 - 지역 예술가들에게
파편적 예술 일기
글, 사진 Artist 2창수
아무도 없는 밤 노래가 듣고 싶었다. 그것은 노래가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 아니면 과거로 무작정 떠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목적이 있다고 가는 것은 이미 재미가 없다. 결론을 단정 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유사한 목표에는 흥미가 그만큼 없기 때문이다. 음악은 묘한 그런 감정을 곧잘 대변해 주곤 한다. 소리는 시간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열쇠다.
언제부터 예술을 재단하고 이해하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좀 더 전문가 행세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인 것 같다. 남보다 더 느껴야 하고 그것을 그럴듯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는 일은 분명 희한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대충 흔드는 것 같은 베짱이 더듬이 마냥 가슴속 작은 융털들은 제각각 잊을 것이라도 있을까봐 요리 조리 홰홰 흔들고 있었다.
아무리 어두운 구름이 하늘이 있더라도 또 그것이 지루하리. 만큼 힘차게 빗물을 뿌리더라도 고놈 뒤에는 생각지 못할 만큼 밝은 하늘이 있었다. 거짓말 같은 이런 경험은 라이트 형제의 좋은 우애가 나에게 전해준 것이다. 그것은 모든 것을 대할 때 걱정하지 않는 천성이 되었고 오랜 기간 해질녘의 공포, 버스 탔을 때의 공포, 모르는 길에 대한 공포, 높은 곳의 공포를 넘게 해주었다. 젓가락으로 숟가락 배꼽을 긁는 끔찍함을 아직 극복 못했지만 충분히 예술가의 길을 갈만 했다.
우리 동내에서 모든 예술가들이 다 이러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냥 별거 아닌 것에 혼자 좋아라 하는 작가의 지극히 사소한 잡생각의 정리이다. 이것의 시발은 그냥 옛 노래 듣다 생각난 것의 정리 일뿐이다. 사람들은 30세까지 사는 동안 정직? 하다고 한다. (기억에 의존한 한계가 또 느껴지지만) 그 이유는 30세까지는 인간다운 생각을 하며 산다고 한다. 감정, 욕심, 열정 등 부족한 것투성이지만 그래도 내부에서의 울림이 부족한 것에도 울렁거리며 확 덮어버리는 멋진 감정을 가지고 있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대중은 이성에 의존하는 미술에 큰 관심을 못 갖는 것 같다. 미술계의 경쟁이 지나치게 미술가들 끼리 전문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작 작가들 스스로도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곳에서 얻어다 쓰다 보니 잘못 이해한 방법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다 막히면 여지없이 개인적 감성을 내세우곤 하는데 그게 더 작아지는 행위기도 하다. 무식은 이럴 때 탄로 나는 것이다. 자기 이야기는 스피노자나 칸트가 말한 것이 아니다. 노자 할아버지는 더욱 아니다. 그냥 후진 나의 이야기고 그것을 쉽게 설명 할 때 관객은 한발 더 다가 올 것이다.
음악가가 연주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17살인데 대학원 졸업반이라고 했다. 연주를 듣고 아주 놀라웠다. 클래식에 아는 바가 없어서 모르는 곡이라서가 놀란 것이 아니라 바이올린을 이렇게 다양한 연주 기법으로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고 3군데를 틀렸다는 자괴감에 눈물을 흘리는 연주자를 보며 미술을 선택한 나 자신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생뚱맞지만 미술전시에 사람들이 왜 재미없어 할까?
그냥 재미가 없어서다. 재미를 줄 틈도 남기지 않으니 어떻게 재미가 있을 수 있겠는가. 남이 전혀 모르게 만들어 놓은 이야기인데 알려주려 손도 내밀지 않을뿐더러 알려하면 갑자기 공자님 이야기 한다. 연극, 무용 공연을 우연찮게 보았는데 정말 재미있다. 관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스토리, 의상, 대사, 설명 등 함께 느끼게 하려는 준비를 참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그것으로 인해 난 많은 반성을 가지게 되었다. 긴 침묵으로 그럴싸함을 주장하려는 방법을 이젠 조금 바꾸어야 할 것 같다.
몇 시간 전에 먹었던 저녁 음식 냄새가 오른손 손등에서 날 때 판단의 위기가 생긴다. 마르셀 뒤샹도 못하고 피카소도 못하고 이중섭도 못하는 오로지 나만 알 수 있는 그 시간의 일을 구경꾼들도 알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하기를 기대한다.
'세상 본 이야기 > 2창수의 세상 미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술가들이 살고 싶은 충북, 청주? (0) | 2012.11.16 |
---|---|
같은 공간을 유목하는 김준권 목판화가 (0) | 2012.10.11 |
뭔가 일을 하는 지역 문화 재단 (0) | 2012.10.11 |
식지 않는 짭쪼름한 이야기 - 시방아트 9월호 (0) | 2012.08.25 |
인간문화재 정책에 대하여 - 시방아트 9월호 (0) | 2012.08.25 |